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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가상자산 시장은 칠흑같은 암흑의 시간이었습니다. 한때 가상자산 시장 내 시가총액 3위까지 올라서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존재감이 컸던 루나와 테라USD(UST)의 가격 폭락과 그에 따른 전반적인 가상자산 시장 위축은 많은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충격이었을겁니다.
UST는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인데요. 스테이블코인은 높은 가격 변동성이라는 가상자산의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달러 등 법정 화폐에 상응하는 가격으로 가치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가상자산입니다. 가상자산 하나를 1달러에 연동(페그)되도록 설계한 테더(USDT)는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가장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입니다. USDT는 특정 통화와 채권 외 가치가 인정되는 금융투자상품을 담보로 발행된 반면 UST는 이런 담보를 별도로 두지 않고, 루나를 발행해 이를 사고팔아 UST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설계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입니다.
루나는 스테이블코인인 UST의 가치를 1달러 수준에서 안정시켜주는 용도로 발행되는데요. 예를 들어 UST 가치가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루나를 발행하고, UST를 사들여 가치를 높입니다. 반대로 UST 가치가 1달러 위로 뛰면 루나를 매입하고, UST를 신규 발행해 가치를 떨어뜨리는 식입니다. 또 테라폼랩스는 UST를 투자자들이 계속 보유하도록 하는 유인책으로 투자자가 테라를 예치하면 최고 20% 이율을 제공해줍니다.
이런 `UST와 루나` 설계는 성공적으로 보였는데요. 문제는 대규모 투자자들이 UST에서 한꺼번에 빠져나갈 때 생기고 말았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비유하는 일종의 뱅크런(Bankrun) 사태입니다. 은행은 예금으로 1,000원을 받으면 그 중 10%인 100원만 지급준비금으로 쌓아두고, 나머지 900원은 다른 사람들에게 대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역사적으로 입증된 안정적 시스템인데요. 그러나 은행에 예금한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내 예금 내주세요`하면서 몰려드는 뱅크런이 일어나면, 당장 대출을 회수할 수 없는 은행은 예금을 내주지 못해 파산할 수 있습니다. 은행은 예금자보호를 통해 나랏돈으로 이를 메울 수 있지만, UST는 몰려든 매도자들을 막아내지 못한 것이죠.
그 주범이 투기세력인지, 공매도세력인지 알 순 없지만 한꺼번에 UST를 매도하는 세력이 몰려들면 UST 가격을 방어하기 위해 루나코인을 일거에 찍어내야 하고, 이렇게 되면 UST 가격도 막아내지 못하면서 루나 가격까지도 추락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한때 10만원이 넘었던 루나 가격이 1원까지, 1달러 근방에 있던 UST가 14센트까지 폭락한 것은 이런 투자자들의 뱅크런 때문이었습니다. 더구나 이 와중에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UST와 루나는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을 잘 드러내는 사례”라며 “최근 매우 빠르게 성장해 온 스테이블코인은 (전통적인 은행업에서의) 뱅크런처럼 수백년간 알려진 것과 같은 종류의 위험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일반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부추겼구요.
사실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과 그에 따른 감독당국의 규제 가능성은 꽤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었습니다. 가상자산 하나를 발행할 때마다 1달러를 준비금으로 보유한다는 테더조차도 한때 발행량에 부합하는 충분한 자산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벌금을 부과 받기도 했는데요. 테더는 지금도 어떤 기업의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지 등 예치금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물 담보를 갖고 있는 스테이블코인도 이런데, UST처럼 알고리즘 방식은 더 큰 위험이 있고 그 때문에 당국의 규제를 강하게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옐런 장관도 이날 의회에서 "재무부가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과 관련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미국 정부와 늘 손발을 맞추는 국제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Fitch)도 옐런의 발언 다음날 "UST에서 알고리즘으로 스테이블코인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식이 실패했다는 건 스테이블코인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관련된 당국의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쯤 되면 재무부 보고서 결과에 따라 강한 규제가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변동성을 없애 실제 화폐처럼 실생활에 쓰이도록 고안된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의 경쟁자인 만큼 각국 정부의 견제가 더 강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테라폼랩스 측은 이번 사태로 회사나 창업주가 이득이 본 게 없다고 해명하면서도 UST의 설계 실패를 인정했습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는 "테라 블록체인 공간을 가치 있게 만드는 커뮤니티와 개발자들을 지켜야 하며, 다시 일어설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UST와 루나 가치나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규제의 칼날까지 닥친다면 스테이블코인 전반의 어려움이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말라`는 투자 격언처럼 지금 당장 스테이블코인 등에 저가 매수로 참여하는 것은 위험해 보입니다. 다만 과거 테더와 리플 사태 때도 그랬지만, 오랫동안 규제가 존재하지 않던 영역에 새로운 규제가 자리잡는 과정은 늘 혼란을 수반하기 마련입니다. 규제화 이후 본격 성장을 기대하는 중장기적인 관점의 투자가 뿌리내리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통화긴축과 그 과정에서 닥친 UST 사태로 인한 시장의 혹한기가 오래 가지 않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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