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시경제 주요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는 “빅 위크”가 지나갔지만 비트코인은 시장의 예상과 달리 신고점을 쉽게 경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6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5월 CPI(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했습니다. 또 같은 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고 금리를 결정했습니다.
CPI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해 추이를 나타내는 지표로 대표적인 물가지표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지표가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상회하면 인플레이션이 크게 올랐다는 뜻입니다. 즉, 이 지표 수치가 높을수록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전문가들은 이 지표가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할 것으로 봤으나 6월 12일 노동부 발표 결과 3.3%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지표가 전문가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비트코인이 일시적으로 크게 상승했지만, 이내 CPI 발표 전 가격으로 하락했습니다. 시장은 미국 물가지표를 중요하게 보고 있었기 때문에 CPI 예상치 하회로 비트코인이 크게 오를 것으로 봤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여기에 같은 날 연준이 시장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했지만 이 결과에도 비트코인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중요하게 보는 물가지표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들이 오르지 않는 이유를 고용지표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7일 노동부는 5월 비농업고용지수를 발표했습니다. 비농업고용지수는 농축산업을 제외한 고용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로 중요도가 높은 고용지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6월 7일 이 지표가 전문가 예상치 19만명을 크게 웃돈 27만2000명으로 나타나면서 가상자산을 비롯한 위험자산들이 일시적으로 급락했습니다.
연준은 현재 3% 수준의 인플레이션율에서 2%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를 희망하고 있는데 여기에 한 가지 추가적인 변수로 고용지표를 계속해서 거론하고 있습니다. 미국 고용시장 과열이 식으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한 것입니다. 하지만 6월 7일 비농업고용지수가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면서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췄습니다. 실제로 6월 12일 연준은 경제전망요약(SEP)을 발표하면서 점도표를 공개했는데 이 표에서 연준 위원들 중 다수가 연내 1회 금리 인하를 전망했습니다. 점도표란 연준 위원들이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적어낸 표를 뜻합니다. 앞서 3월 SEP에서 연준 위원들 중 다수는 연내 금리가 3차례 인하될 것으로 봤습니다. 지난 3월 SEP보다 연내 금리 인하 횟수 예상치가 2차례나 줄어든 것입니다.
거시경제 외에도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많습니다. 거시경제 빅 위크가 지나갔기 때문에 당분간 거시경제 지표보다는 가상자산 시장 내 지표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이더리움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출시 시기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이 ETF에 대한 증권신고서(S-1)는 승인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SEC가 S-1을 승인해야 신청서를 제출한 자산운용사들이 미국 증권거래소에 이더리움 현물 ETF를 상장할 수 있습니다. 즉, SEC가 S-1을 승인하지 않으면 이 ETF가 승인이 됐는데도 출시는 되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는 것입니다. 미국 ETF 전문가들은 이 ETF S-1이 승인되려면 최소 수 개월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봤습니다.
앞서 1월 SEC가 승인한 비트코인 현물 ETF는 승인 후 곧바로 S-1까지 통과되면서 빠르게 출시가 이뤄졌는데 그 이유는 승인 전부터 자산운용사들이 SEC와 지속적으로 협의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더리움 현물 ETF는 SEC가 승인하기 전까지 협의와 관련한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당초 이더리움 현물 ETF가 승인될 가능성을 낮게 봤습니다. 하지만 전문가 예상과 달리 이 ETF가 승인됐기 때문에 이제서야 S-1 승인에 대한 협의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협의 기간에 수 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 것입니다.
올해 2~3분기는 이 ETF S-1이 얼마나 빨리 승인되느냐에 따라 비트코인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서 1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자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알트코인들도 크게 상승한 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트코인 반감기 이후 채굴 시장 동향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감기란 비트코인 채굴보상량이 약 4년에 한 번씩 절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통상 반감기 후에는 채굴 업체들이 대거 정리되면서 시장이 개편됩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반감기 직후에는 오히려 비트코인이 하락했다가 채굴 시장이 충분히 재편된 후 크게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미 반감기 이후 채굴 시장은 지난 2020년 반감기보다 더 빠르고 강렬하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보유량 기준 세계 2위 비트코인 채굴 업체로 거론되는 라이엇플랫폼은 세계 8위 비트코인 채굴 업체 비트팜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비트코인 채굴 업체들의 인프라를 눈여겨보고 있는 인공지능(AI) 업체들도 비트코인 채굴 기업들을 눈독들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로 채굴 시장이 재편되면 살아남은 채굴 업체들의 채산성은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분기가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서 투자자들이 시장의 다양한 변수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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