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9월 18일(현지시간) '빅컷(금리 0.5%p 인하)'을 단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11월에 또 다시 빅컷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퍼지고 있습니다. 연준의 9월 금리 인하는 지난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처음입니다. 그런데 연준이 2달 후인 11월에 재차 빅컷을 단행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가상자산을 비롯한 위험자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지표의 견조함 속에서 영향력 있는 전문가들이 11월 빅컷론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8월 시장은 연준이 9월에 금리를 0.25%p 인하할 가능성을 높게 본 바 있는데, 전문가들은 주요 경제지표가 악화된 상황에서 연준이 9월 빅컷을 결정하면 경기 침체 우려로 위험자산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상황에서 연준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빅컷을 단행하고 경제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 경기 침체 우려가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본 것입니다.그러나 빅컷 이후에도 주요 경제지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와 같은 우려가 사그라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유력 전문가들 사이에서 11월 빅컷론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연준의 9월 빅컷을 정확히 예측한 마이크 페롤리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9월 19일 "연준이 빅컷을 완료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연준은 11월에 빅컷을 또 다시 단행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그는 “점도표보다 빠른 속도의 금리 정상화를 기대한다"며 "연준의 11월 금리결정 전 2번의 고용보고서에서 고용시장의 완만한 둔화가 나타난다면, 11월과 12월 금리가 연속해서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점도표란 19명의 연준 위원들이 익명으로 적어낸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이 도표에서 가장 높은 값과 가장 낮은 값의 중간에 위치한 값이 중앙값입니다. 여기서 중앙값이 높아지면 금리 인하 횟수가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원래 점도표는 향후 미국 금리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거론됐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다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점도표는 연준의 계획이 아니"라며 "앞으로의 결정은 향후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점도표에 맞춰서 금리 인하를 하기보다는 앞으로 발표되는 경제지표 현황에 따라 금리를 결정하겠다는 얘기입니다. 즉, 경제지표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양호하다면 점도표보다 금리 인하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빅컷 이후 경제 낙관론에 힘이 실리면서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들도 11월 빅컷에 동의하는 모양새입니다. 씨티그룹은 최근 "실업률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연준은 11월에 금리를 0.5%p, 12월에 0.25%p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대 고용을 추구한다는 성명서에 주목해야 한다"며 “고용 악화가 나타날 땐 2024년 4분기에 0.75%p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11월과 12월 2차례 금리 결정에서 한 번은 0.5%p, 나머지는 0.25%p 인하를 예상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습니다. 연준의 금리 결정 사안에 정통한 것으로 유명한 닉 티미라오스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도 "연준의 금리 인하는 11월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경제지표 추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9월까지는 빅컷이 이뤄지기 전이었던 8월 경제지표가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10월부터는 빅컷이 적용된 이후의 경제 데이터가 잇따라 발표될 예정입니다. 즉, 10월 이후 나오는 경제지표 추이에 따라 가상자산 가격 방향성이 결정될 수 있습니다. 만약 10월 이후 주요 경제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 시장이 연준의 9월 빅컷을 경제 침체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가상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10월 이후 경제지표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면, 시장은 연준의 9월 빅컷을 경제 연착륙의 신호탄으로 볼 것입니다. 이때는 가상자산 가격이 상승할 수 있으며, 특히 경제지표 중에서도 고용과 관련한 지표가 시장의 주목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파월 의장이 “고용시장이 침체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며 “고용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까지 파월 의장 등 연준 인사들은 고용지표를 포함한 주요 경제지표가 모두 견조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경제 침체보다는 연착륙의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파격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으로 가상자산 상승장이 나타났던 바, 4년반만에 이루어진 금리 인하의 시작이 가상자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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