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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내 이어지고 있는 가상자산시장 약세장에 `큰손`으로 불리는 기관투자가들도 슬슬 흥미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런 시점에 시장의 흐름을 바꿀만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무려 8조5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경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이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와 손을 잡았다는 소식입니다.
코인베이스는 지난 주말 블랙록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블랙록의 투자관리 플랫폼인 `알라딘(Aladdin)`과 코인베이스의 기관 지원시스템인 `코인베이스 프라임`을 연결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코인베이스는 “이번 협업은 우리에게 흥미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블랙록 기관 고객들에게 가상자산 트레이딩(매매)부터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프라임 브로커리지(PBS) 등의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알다시피 가상자산 수탁은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 등에 투자할 때 그 계좌와 가상자산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한편, 수익률과 잔고 등을 정산해주는 서비스입니다. 프라임 브로커리지는 헤지펀드들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주문부터 대차거래, 레버리지 파이낸싱, 투자 유치, 리스크 관리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입니다.
이어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기존 블랙록의 기관투자가 고객들은 전체적인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를 점검하면서 직접 비트코인 현물을 사고 팔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는데요. 일단 코인베이스는 당장엔 기관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되 향후 다른 가상자산으로도 확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파트너십으로 단순히 블랙록의 기관투자가 고객들이 가상자산을 사고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가상자산 현물과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면서 담보대출이나 차입, 가상자산이나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자본투자 등을 두루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현재 블랙록의 알라딘 플랫폼에는 주로 자산운용사와 은행, 보험사, 연기금, 일반 기업 등 5만5000곳 이상의 기관투자가 고객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2020년엔 이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 자산 거래만 21조6000억달러에 이르러, 전 세계 거래액의 4% 이상을 차지했다고 하니 가히 그 규모는 천문학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커스 소티리우스 글로벌블록 애널리스트도 "이처럼 광대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알라딘 플랫폼이 비트코인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뜻"이라며 큰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실제로도 블랙록이 접촉하고 있는 전 세계 기관투자가들도 가상자산시장에 참여하려는 관심과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날 블랙록 전략적 생태계 파트너십부문 조셉 찰롬 글로벌 대표는 “우리 기관투자가 고객들은 디지털 자산에 투자하는데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코인베이스와 손 잡고 우리 고객들의 디지털 자산 투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왜 하필 지금처럼 `가상자산 혹한기(Crypto Winter)`에 블랙록이 이 같은 파트너십을 맺었을까 의아해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블랙록이 현 상황을 자사 기관투자가 고객들이 새롭게 가상자산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실제 블랙록에서 투자를 총괄하고 있는 릭 리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6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연방준비제도(Fed)가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이라 그동안 버블이 끼었던 가상자산시장이 올라갈 때보다 더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이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시장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조정이 될 것이며, 지금으로부터 2~3년 지나고 나면 비트코인 가격은 분명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 있을 것"이라고 점친 바 있습니다. 당장엔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일정 부분 거품이 빠지는 시점에 비트코인을 사두면 몇 년 뒤엔 분명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특히 블랙록은 비트코인 투자에 따른 위험 헤지도 준비해두고 있습니다. 앞서 작년 초 블랙록은 ‘블랙록 스트래티직 인컴 오퍼튜니티즈’와 ‘블랙록 글로벌 앨로케이션 펀드’ 등 2개 펀드를 통해 비트코인 투자가 가능하도록 비트코인 선물을 투자적격대상에 포함시킨 바 있습니다. 당시 블랙록은 “고객자산을 운용하는 이들 두 펀드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등록된 상품선물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는 현금결제 방식의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는데요.
이번 파트너십을 계기로 블랙록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을 직접 사고 팔게 된다면,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투자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비트코인 선물 투자도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를 통해 가상자산시장 규모를 키우고, 현물과 선물이 활발하게 거래되면서 시장이 균형과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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