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들어 스테이블코인은 전례 없는 속도로 주류 금융 시스템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정된 거래소 안에서만 쓰이던 USDT, USDC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글로벌 결제망과 국가 간 송금 등에까지 깊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중 규모가 가장 큰 USDT의 경우, 트론 네트워크에서만 올해 동안 160억 달러어치가 발행되었습니다.
변화는 민간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와 의회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먼저 미국 의회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법안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발의되었으며, 공화당 빌 해거티 상원의원과 민주당 커스틴 질리브랜드 의원이 초당적으로 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가 관여하고 있는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의 스테이블코인 USD1은 체인링크의 CCIP를 도입해 이더리움, BNB체인 등 여러 블록체인 간 자유로운 전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CCIP는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에 안전하게 데이터와 자산을 전송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상호운용성 프로토콜을 뜻합니다. 메타 역시 가상자산 프로젝트 디엠 종료 3년 만에 다시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문페이와 마스터카드는 전 세계 1억 5,000만 개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한 스테이블코인 결제 카드를 출시해 실물경제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배경에는 실질적인 활용성이 있습니다. 가상자산 산업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거래 단위가 일정하고 예측 가능한 디지털 달러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부족함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씨티은행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미국과 타국의 달러 보유고 일부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며 “2030년까지 시장 규모가 1조 6,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러한 확산세는 기관들의 움직임에서도 확인됩니다. 커스터디(수탁) 및 결제 플랫폼 파이어블록스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 투자자 중 90%가 스테이블코인을 이미 사용 중이거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결제 수단으로의 활용도가 높았으며, 전통 은행도 국가 간 결제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 중이라는 점이 주목됩니다. 파이어블록스는 “기존 국제 송금의 지연과 수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전통 금융 인프라와의 결합도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페이팔 블록체인 총괄 호세 페르난데스 다 폰데는 “스테이블코인의 성공을 위해서는 은행 인프라의 참여가 필수”라며 “커스터디, 온·오프램프 등 스테이블코인의 실사용을 위한 핵심 구조는 결국 은행이 제공해야 하며, 은행과 암호화폐 인프라 기업의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가상자산 중 하나’에서 벗어나 실제 금융 인프라의 일부가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정책 차원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은 점차 제도권의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와이오밍주는 자국 최초의 주정부 발행 스테이블코인인 WYST 출시를 앞두고 블록체인 분석기업 인카 디지털과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WYST는 미국 국채, 현금, 환매조건부채권 등 실물 자산으로 100% 담보되는 방식입니다. 이는 민간 주도의 불안정한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공공 부문의 규범적 모형을 제시하는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자치령 티니안섬 정부는 이캐시 네트워크를 활용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 중입니다. 주지사의 거부권을 의회가 뒤집고 다시 상정에 나선 만큼,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미국령 내부에서도 제도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이는 단순한 실험을 넘어 지방정부 차원의 화폐 실험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 발행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선제적으로 시장을 점유한 가운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도 자리를 잡아야 디지털 인프라 기반 외환시장이 균형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싱가포르, 홍콩 등은 이미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실생활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단순히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보조 수단을 넘어, 국가 정책, 중앙은행 디지털화 전략, 글로벌 결제 시스템 혁신의 중심에 서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스테이블코인 시장 경쟁은 ‘누가 더 빨리 제도화하고 실생활에 안착시킬 수 있는가’의 문제로 옮겨갈 가능성이 큽니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스테이블코인이 올해 안에 주류 자산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상자산 거래의 3분의 2 이상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그중 83%가 미국 달러에 연동돼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대중화의 첫 열쇠가 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미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화폐로서 스테이블코인은 기술, 제도, 수요라는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송금, 실물 결제, 기관 투자, 국가 통화 정책까지 그 활용 범위는 나날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기술적 투명성 확보와 각국의 제도적 정비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가상자산이 아닌,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있습니다. 그 다리가 얼마나 튼튼하게 구축되는가에 따라 견조한 가상자산 대중화 시대가 완성될 것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을 실생활로 확장시키는 강력한 열쇠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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