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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이 머지(Merge) 업그레이드를 통해 에너지 집약적 거래검증 방식인 작업증명(PoW)에서 벗어나 에너지 친화적인 지분증명(PoS)으로 전환에 나서자, 이제 PoW 진영에 남게 된 비트코인에 대한 압박이 본격화하는 형국입니다.
가상자산 독립 연구원으로 널리 알려진 카일 맥도널드는 이달 초부터 이런 움직임을 미리 전망했습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더리움이 PoS로 전환하게 되면 투자자들이나 규제당국이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굳이 PoW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이 때문에 비트코인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했는데요.
맥도널드 연구원은 비트코인의 높은 에너지 의존도와 기후변화 위기를 거론하면서 “이더리움과 달리, 비트코인은 PoW를 포기하고 PoS로 넘어가도록 결정할 수 있는 조정력을 갖고 있기 않기 때문에 가장 먼저 규제를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들 알다시피, 현재 비트코인과 같은 거래검증 방식을 쓰고 있는 이더리움은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 에너지 소비량을 99%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비단 맥도널드 연구원만이 아닙니다. 최근에도 미국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인 크라켄의 댄 헬드 성장마케팅부문 대표도 비슷한 걱정을 했습니다. 그는 "이더리움이 PoS로 전환하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거래검증 방식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그저 `이더리움은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는데, 왜 비트코인만 에너지를 그렇게 많이 쓰느냐`며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지난주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관실(OSTP)은 `미국 내 가상자산의 기후변화와 에너지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가상자산 채굴과정에서의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다른 조치들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에너지 집약적 거래검증 방식인 PoW를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놨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가상자산 산업 운영에 들어가는 전력량이 미국의 모든 가정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전력량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미국 전체 전기 사용량의 0.9~1.7%가 블록체인 기반 토큰과 대체불가능토큰(NFT) 운영에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또 가상자산 관련 활동에서 연간 2500만~50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도 적시했습니다. 이는 미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0.4~0.8%를 차지하며 미국 전역에서 운영되는 경유 기차에서 발생하는 배출량과 동일한 수준입니다.
일단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관실(OSTP)은 가상자산으로 인한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미국 환경청(EPA), 에너지부(DOE)와 같은 연방 정부기관이 지역 의원들과 협력할 것을 제안하면서 가상자산 기술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해당 기업들이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갖도록 해야 하며, 전력회사와 가상자산 채굴자들로부터 전력 사용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자고 제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PoW 방식의 채굴 금지를 행정조치로 해야 한다고 한 것인데요. 이는 최근 PoW 방식의 채굴 라이선스 발급을 2년 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채굴업체들이 하나 둘 이전하고 있는 뉴욕주 상황을 보면, 단순한 엄포 정도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압박이 커진다고 해서 비트코인도 곧바로 PoW를 포기하고서 PoS로 전환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실제 비트코인 진영은 여전히 PoW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인데, 이는 PoS로 전환하려는 이더리움을 둘러싸고 여러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시하는 대목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더리움이 PoS로 전환하면 소수의 스테이킹 풀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함으로써 보안상 취약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우려입니다.
만약 비트코인이 사회적 압박을 못 이겨 PoS로 전환하고자 한다면, 자칫 네트워크의 보안 상에 큰 결함을 드러낼 수 있는 만큼 에너지를 절감하고자 프로토콜 자체의 실패로 이어질 리스크가 노출될 수 있습니다.
우선은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진 못하더라도 수력이나 지력, 신재생에너지 등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소비되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은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아울러 ESG 중에서 환경부문에선 약점을 노출하더라도 PoW가 사회책임이나 지배구조 상으로는 더 높은 가치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는 것도 게을리 해선 안됩니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당시 곪아 있던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안으로 등장하고 각광 받았던 존재가 바로 비트코인인 만큼, 그 본질과 존재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지금 전 세계가 직면한 또 다른 경제적, 사회적 문제 해결에 스스로 앞장 서야만 할 때인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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