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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테라폼랩스가 만든 테라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인 테라 USD(UST)의 디 페깅 이슈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이 혼란스럽습니다. 테라 USD와 루나가 선순환 구조일 때는 테라 USD가 1달러를 넘으면 시장에 값 비싼 테라 USD를 1달러 가치의 루나와 교환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는 1달러 어치의 루나를 1달러보다 비싼 테라 USD와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바꾸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루나의 유통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함과 동시에 1달러보다 비싼 테라 USD도 유통량 증가로 1달러를 맞출 수 있게 됩니다. 반대로, 테라 USD가 1달러 아래로 떨어질 경우, 루나를 발행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지난 주, 루나의 가격이 폭락하였습니다.
이번 사태의 여파가 큰 이유는 두 가상자산 모두 시가총액 상위권에 위치한 규모가 큰 코인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테라 USD는 지난 주 1달러 가치가 깨지는 디페깅 현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 중에서 시가총액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로 인해 손해를 본 가상자산 투자자나 관련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고, 제도권도 자연스럽게 스테이블코인을 연구하고 규제하려는 단계로 접어들게 됐습니다. 일례로 지난 9일(미국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스테이블코인의 금융 리스크를 지적하면서 CBDC(중앙은행디지털화폐)가 스테이블코인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금융안전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이 보고서에 테라 USD와 관련한 얘기는 없었지만, 시기 상으로 테라 USD의 디페깅이 막 시작되던 시점에 보고서가 발간돼서 주목을 끌었습니다. 해당 보고서에서 연준은 “스테이블코인은 자산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하다”며 “운영 상의 취약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레버리지 거래가 늘어나면 변동성이 늘어날 수 있다”며 “이에 따른 환매 위험이 높아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연준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주목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연준은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이 지난 1년 동안 빠르게 늘어났다”며 “지난 3월에는 가상자산 시장에 있는 스테이블코인들의 시가총액이 1800억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테라 USD 디페깅 문제가 본격화된 지난 10일에는 미국 제도권에서 테라 USD가 직접적으로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미국시간으로 10일 열린 청문회에서 의회가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 “테라 USD로 알려진 스테이블코인이 급락하면서 가치가 떨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옐런 장관은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대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날 개리 겐슬러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 역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개리 겐슬러 위원장은 가상자산 시장의 스테이블코인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테더(USDT), USD 코인(USDC), 바이낸스 USD(BUSD)를 언급하면서 이 스테이블코인들이 거래소 플랫폼에서 거래소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는 규정을 회피하면서 고객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가상자산이 SEC 관할인 만큼 가상자산 거래소도 SEC에 등록돼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미국시간으로 13일에는 옐런 장관이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다시 한 번 테라 USD와 스테이블코인을 거론했습니다. 그 또한 ‘뱅크런’에 대해 설명하며 스테이블코인의 규제를 촉구했습니다. 뱅크런이란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금융시장에 위기감이 조성될 때 은행의 예금 지급 불능 상태를 우려한 고객들이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는 상황을 뜻합니다.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어날 때도 우크라이나 은행에서 이러한 뱅크런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규모가 큰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리스크를 보이자, 각국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가하려는 모습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번 테라 사태로 가상자산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긴급 동향 점검에 나섰습니다. 다만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가상자산 투자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말 이외에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아직 가상자산은 기본방침이 민간 자율에 맡기는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테라 USD나 다른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언급도 따로 없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테라 사태로 스테이블코인을 위시한 가상자산 규제가 각국에서 가속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많은 스테이블코인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테더만 하더라도 수년 째 자산 투명성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이러한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과 시장을 대상으로 충분히 검증을 받고 통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락장에서 흙 속의 진주와 같은 프로젝트가 발굴되면서 상승장에 빛을 발하듯, 이번 일을 계기로 가상자산 시장의 태풍의 핵인 스테이블코인도 시험대에 올라 진정한 가치를 평가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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