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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이지코노미]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엎친데 덮친 가상자산 시장
작성일
2023-03-13
이번에는 미국 내 대형 지방은행인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이낸셜그룹이 파산했습니다. 미국 대표 크립토 뱅크(가상자산 전문은행)인 실버게이트(Silvergate)의 청산이 가상자산업계 내부 이슈라면, SVB 파산은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미국 벤처 및 스타트업, 나아가 시장 전체 유동성과 관련된 이슈라는 점에서 그 충격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983년에 설립된 SVB는 기술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분야 전문 은행으로, 미국 내 기술·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절반에 가까운 44%가 SVB의 고객사라고 합니다. 주로 벤처캐피탈(VC) 투자를 받은 기술 스타트업에 대출을 해주고 이들 기업 예금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성장했습니다. 최근 5년간 실리콘밸리가 큰 호황을 누리면서 SVB도 함께 성장했는데, SVB의 예금액은 2017년 말 440억달러에서 2021년 말 1890억달러로 4배 이상 급증할 정도로 고객인 투자자와 스타트업 자금이 넘쳤기 때문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대출은 230억달러에서 660억달러로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 이런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폭발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SVB에 치명타가 됐습니다. 금리가 오르니 예금 고객들에게 더 높은 이자를 줘야 했지만, 대출이 적으니 대출 이자수익은 늘지 않았던 것이죠. 이에 고객 예금으로 모기지채권과 국채를 대거 사서 투자 수익을 높이려 했지만, 이마저 금리 상승으로 손실로 돌아온 것입니다.
땅 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선 일부 월가 대형 은행을 제외하곤 대부분 지역에선 지방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미국 내 16위 규모이자 미국 은행 파산으로는 역대 2위 수준인 SVB의 파산으로,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하는 스타트업들에 큰 충격이 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스타트업들이 맡긴 예금이 가장 큰 문제인데요.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고객당 25만달러(원화 약 3억3,000만원)의 예금까지만 보호하는데, 작년 말 기준으로 SVB의 FDIC 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액은 1,515억 달러(200조4,000억원)이나 됩니다. 현재 SVB 총예금의 86%가 예금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태이며 상당 부분은 스타트업 자금으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의 자금이 문제가 생길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가상자산 업계만 해도 전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서클이 무려 33억달러나 SVB에 자금을 넣고 있고, 판테라캐피탈, 블록파이, 레이어제로, 프루프(PROOF), 유가랩스, 아주키 등도 동일한 상황입니다.
또 하나의 우려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끄는 돈줄 역할을 해 온 SVB가 무너지면서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나아가 전반적인 벤처, 스타트업에 자금이 모자랄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업계는 작년에 터진 루나-테라 사태나 FTX 파산 등으로 가뜩이나 투자자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번 사태까지 맞게 되니 엎친데 덮친 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SVB에 가장 많은 예금을 물린 것으로 알려진 서클로 인해 이 회사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인 USDC는 가격 급락세를 보였고, 1달러에 연동된 페깅이 무너지며 코인 가격이 81.5센트까지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USDC는 가격 안정을 위해 현금과 단기 국채를 준비금으로 갖고 있는데, 총 준비금 400억달러 중 33억달러가 SVB에 예금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죠. 불과 24시간 만에 370억달러인 USDC의 시가총액은 20억달러나 급감했습니다. 이런 우려로 또 다른 스테이블코인인 DAI와 팍스달러 등도 페그를 깨고 내려갔습니다.
당장은 스테이블코인 가격 하락 정도였지만, 여타 가상자산업체들의 익스포저가 드러난다면 코인시장 전반적으로 유동성이나 투자자금 감소의 충격이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단테 디스파르트 서클 최고전략책임자(CSO)는 "SVB의 몰락은 미국 금융시스템에서의 블랙스완 실패(투자에 큰 영향을 주지만 투자자가 예측하지 못하는 변수로 인한 투자 실패)로 볼 수 있다"면서 "연방 구제계획이 없다면 기업과 기업인, 은행뿐 아니라 가상자산시장에도 더 넓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더구나 SVB 사태가 단순히 하나의 지방은행 파산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SVB 파산 전후로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는 미국 주요 은행들의 주가가 급락했고, 미 은행권의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는 모습이니 말입니다. 미 FDIC에 따르면 SVB처럼 미국 은행들이 보유한 자산 대부분은 미 국채인데, 1년 전 1% 안팎에 불과했던 2년물 미 국채금리가 최근 5%를 넘어서면서 은행들의 보유자산 가치가 급감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른 중소형 은행들도 예금 인출을 충당하기 위해 보유한 미 국채를 손해를 보면서 팔 수도 있다는 것이고, 이는 최악의 경우 SVB의 뒤를 따를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나마 SVB 파산 소식에 시장 내 공포가 커지면서 다음번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50bp나 기준금리가 인상될 확률은 60%에서 30% 수준까지 내려갔는데요. 일단 연준 통화긴축 부담이 줄고 있다는 건 시장에 안도감을 줍니다. 그러나 SVB 파산이 다른 중소형 은행이나 가상자산업체의 파산으로 이어진다면 코인시장에도 엄청난 악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정부와 연준(Fed),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어떻게 해법을 내놓을지 지켜보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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