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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이지코노미]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공존할 수 있을까?
작성일
20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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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 간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한국에서는 간편 자금이체시스템이 발달돼 있어서 소매용(개인용)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를 도입해도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도매용(금융기관용) CBDC를 기반으로 토큰화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최근 2년 간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한국에서는 간편 자금이체시스템이 발달돼 있어서 소매용(개인용)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를 도입해도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도매용(금융기관용) CBDC를 기반으로 토큰화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이 `국가별 CBDC 도입 추진 경험과 계획`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이노베이션 서밋`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국에서의 화폐의 토큰화에 대해 이 같이 밝혔습니다. 그의 말대로 라면, 한국에서는 개인들 간의 거래에 사용하는 CBDC보다는 금융회사들끼리 거래하는 CBDC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CBDC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화폐라는 점에서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코인과 유사한 성격을 갖지만, 중앙은행이 발행 주체이며 이를 가지고 물건을 사거나 세금을 내고 빌린 돈을 갚는 등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정화폐와 동일한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CBDC는 법정화폐와 달리, 발행하는 기관인 중앙은행이 설계하기에 따라 다른 용도를 가지는데요. 우선 일반 개인들끼리 물건을 사고 팔거나 돈을 빌리거나 갚는데 쓸 수 있도록 설계된 소매용 CBDC가 있구요, 반대로 개인들 간 거래엔 쓰지 못하지만 금융회사들 끼리의 대금 및 수출입 결제, 증권 거래 청산 등에만 쓸 수 있도록 발행되는 도매용 CBDC가 있습니다.
따라서 각국 중앙은행은 CBDC 도입을 준비하면서 소매용 CBDC와 도매용 CBDC, 또는 이 둘이 모두 가능한 하이브리드 CBDC 중에서 택일할 수 있는데, 한국은행과 마찬가지로 소매보다는 도매용 CBDC를 채택하는 쪽으로 서서히 기울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화폐를 사용하는 주체들이 CBDC를 얼마나 잘 받아 들이느냐는 수용성(accepability)와 관련 있습니다. 즉, 금융기관들에 비해 개인들이 CBDC를 적극적으로 받아 들일 이유가 많지 않다는 겁니다.
일단 중앙정부가 발행하는 CBDC의 액면가는 늘 고정되어 있습니다. CBDC를 많은 사람들이 쓴다고 해서 그 가치가 뛰진 않는다는 뜻입니다. 5만원 지폐는 액면가와 동일한 물건을 교환할 수 있지만, 5만원 지폐를 10만원에 구매하진 않는것과 같은 논리입니다.비트코인이 지급 결제용으로 쓰이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 높은 가격 변동성이라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가격 변동성은 CBDC와 달리 비트코인 매력을 높이는 요인인 것이죠.
또한 CBDC는 기존 법정화폐에 비해서도 큰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미 CBDC 시범사업을 진행했던 중국과 스웨덴 등에서는 이를 시범적으로 소액결제에 한해서만 사용했는데요. 기존 법정화폐의 상당수를 이 CBDC로 대체할 때 생길 수 있는 통화유통속도 저하와 은행 예금 감소 등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도저히 가늠할 수 없기에 함부로 발행과 사용을 늘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은 꽤 오랜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앙은행의 CBDC 수용성이 높아지려면 익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CBDC는 중앙은행이 가진 원장(거래 장부) 내에 모든 거래내역이 다 남기 때문에 국민 하나하나가 어디에서 어떤 경로로 돈을 쓰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선 굉장히 편리한 방식이지만, 돈을 쓰는 개개인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습니다.
CBDC에 관한 한 앞서 가고 있는 미국에선 벌써부터 CBDC가 가지는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공화당 소속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개인 소비자에게 직접 CBDC를 발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러면서 크루즈 의원은 "연준이 개인용 CBDC를 발행해 이를 국민들을 감시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미국 시민의 금융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은 달러 위상을 유지하고 혁신을 육성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론 드산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도 비슷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적어도 플로리다주에서 만큼은 연준이 발행하는 CBDC를 사용할 수 없도록 막는 법안을 제정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역시 "CBDC는 소비자들을 감시하고 시민 행동을 통제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결국 CBDC가 개인들의 금융 정보를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이를 일반 개인들에게 사용하도록 할 수 있는 유인이 거의 없을 겁니다. 이 때문에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이나 개인들의 금융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이 아닌 한 소매용보다는 도매용 CBDC가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CBDC가 민간에서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을 밀어낼 것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금융기관 간 거래에는 CBDC가 활용되지만, 개인 간 소매 거래에선 CBDC가 아닌 스테이블코인이 역할을 하면서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이상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CBDC와 스테이블코인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서로 활용도를 높여줄 수 있는 미래상을 그려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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