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는 이성과 불안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투자 결정을 하는 데에 있어서 ‘이성’만큼 혹은 ‘이성’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안’이다. 그리고 거기에 ‘탐욕’이 더 해진다. 이성을 담당하는 것이 전두엽과 대뇌피질이라면, 불안은 변연계의 편도체에서 담당한다. 또 뇌의 보상회로에서 도파민 분비가 왜곡되면 ‘탐욕’이 의사 결정 과정을 왜곡한다. 뇌는 마치 저울과 같다. 저울에 물건을 올려놓으면 저울의 추는 위아래로 요동치며 흔들리다가 마침내 균형을 찾아간다. 투자에 있어서도 적절한 균형점을 찾으려면 마음의 무게를 주의 깊게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
유튜브나 심리학 서적을 보면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에 의해 주창된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이 널리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저서 ‘Thinking, Fast and slow(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인간의 뇌는 두 개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시스템1의 뇌는 빠르게,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작동한다. 사실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여기에서 이루어지는데 ‘불안’ 같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 관여한다. 직관적으로 뱀을 보면 도망치고, 상대의 표정을 살펴 대응하고, 무의식적으로 운전 같은 행위를 할 수 있게 한다. 반면 시스템2의 뇌는 천천히,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작동한다. 집중하여 정보를 비교하고, 계산하여 복잡한 의사결정을 하는 일이 여기에서 이루어진다. 이는 ‘이성’과 가깝다. 그런데 대부분의 투자 결정은 의외로 시스템1에 의해 결정 된다. 이 과정에서 심리적 편향으로 인해 많은 오류가 발생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시스템2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긴 호흡을 가지고 이성적인 투자를 하라고 권유하곤 한다.
이는 일면 타당하다. 대개 ‘불안’이 과도해지면 ‘이성’이 마비된다. 생존을 위해서는 불안에 사로잡힌 뇌가 급박하게 위기에 대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위험을 회피하려고 저점에서 자산을 처분하고, 혼자 도태되지 않으려고 조급하게 고점에서 몰빵하는 행동이 이 때 일어난다. ‘불안’은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마음이다. 그래서인지 정신질환 중 유병율이 가장 높은 질환도 불안장애이다. 반면에 인류가 생존을 위해 원시 시대부터 발달 시켜온 꼭 필요한 감정이기도 하다. 한 인간이 태어나서 예측할 수 없는 압도적인 외부 세계에 발가벗긴 체 놓였을 때 가장 필요한 감정 또한 불안이다. 불안은 위험요인을 제거하고 꼭 필요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에너지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무살 성인이 되어서야 마침내 이성 중추가 완성되어 둘 사이에 균형이 자리 잡는다. 우리의 뇌가 추구하는 것은 불안과 이성의 균형이지, 어느 한 쪽으로의 치우침이 아닐 수도 있다.
“투자 시장은 비이성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어떤 자산이든 투자 전문가의 연초 예상이 연말에는 완전히 틀려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AI에 의한 투자나, 이성을 배제한 퀀트 투자가 각광이다. 이성적인 판단으로 모두 감당하기에는 시장 자체가 너무나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어서 아예 인간의 이성적 판단을 배제하고 기계적인 투자를 하자는 것이다. 사실 투자 시장은 우리가 생존을 갈급했던 원시 야생 시대에 차리리 가까울 지도 모른다. 막 태어나 바라보았던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하고, 정보가 제한되어 있는 거대하고 압도적인 외부세계의 모습에 가깝다. 그래서 ‘불안’이 여전히 투자자의 마음을 장악하고 있고, 이런 불안을 무조건 억압하는 것 보다는 적당히 관리하여 이성과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불안은 위험을 경고하는 ‘알람’과 같다. 알람이 계속 울리는 동안 다급하게 의사 결정을 할 필요는 없다. 알람이 울리면 알람에 울리는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알람을 끄고, 위험요인을 제거해 나가면 된다. 극박한 위험이 아니라면 시간 여유를 가지고 시스템2를 작동시켜 이성적인 판단을 하려고 노력해도 좋다. 이를 리스크 관리라고 표현하든, 포트폴리오 투자라고 표현하든, 투자심리의 왜곡을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하든, 이 모든 활동에는 ‘불안’이 동기(motivation)와 에너지가 되고 시발점이 된다.
시험을 치룰 때 심한 불안에 시달리는 아이는 공부에 집중하지 못 하고 심계항진과 발한을 느끼며 시험을 망쳐버린다. 반면에 너무 불안을 느끼지 않는 아이도 시험의 결과에 무관심하고 무기력해져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 우리 또한 투자에 있어서 이성과 불안, 탐욕의 어느 중간 즈음에 좋은 균형점을 찾아야 생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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