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으로 알려진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시가총액(시총)이 10월 31일(현지시간)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시총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글로벌 금융 정보사이트 인베스팅닷컴, 야후파이낸스 등은 이날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시총이 코인베이스 시총을 넘어섰다"고 웹페이지에 밝혔습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시총이 코인베이스 시총을 돌파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약 7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그렇다면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시총이 7개월 만에 이렇게 치솟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언뜻 보면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시총이 코인베이스의 시총을 돌파한 것은 이상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현재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비트코인 매입 위주로 구성돼 있는데 코인베이스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코인베이스는 거래수수료 수익모델 외에도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서비스, 스테이킹 서비스, 개발 도구 제공, 교육 서비스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레이어2 블록체인 '베이스' 출시를 주도했습니다. 레이어2란 블록체인의 기본 레이어가 되는 레이어1의 효율 증대를 위한 보조 블록체인을 뜻합니다. 이는 코인베이스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시장은 한 가지 전략을 중점적으로 밀고 나가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더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입니다.
시장이 이와 같은 평가를 내린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지위가 공고해졌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은 2009년 1월 제네시스 블록이 생성된 후 15년간 가상자산 시장의 기축통화 역할을 해왔습니다. 제네시스 블록이란 특정 블록체인에서 가장 처음 생성되는 블록을 뜻합니다. 최근에는 달러와 같은 가치를 지니는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현금과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와 같은 비트코인의 역할이 조금 축소됐지만, 여전히 많은 이용자들이 비트코인을 기본 단위로 다른 알트코인의 가치를 가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가상자산 생태계 자체가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최초 비트코인을 발행한 나카모토 사토시 창시자가 코인을 사전 판매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아 각국 규제에 자유로운 유일한 가상자산이 됐다는 것도 공고한 지위 확립에 한몫했습니다.예를 들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하위테스트에 따라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판단합니다. 하위테스트란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를 기반으로 한 증권성 판단 기준을 뜻합니다. 이 테스트는 금전을 공동사업에 투자하고 투자 이익을 기대하며 그 이익이 타인의 노력으로 생길 경우 증권으로 판단합니다. 비트코인 다음으로 시총이 큰 가상자산인 이더리움도 미국 당국의 이 증권성 판단 여부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인데 비트코인은 논란을 겪은 적이 없습니다. 이에 근거해 SEC는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를 가장 먼저 승인한 바 있습니다. 이는 현재 기준 비트코인이 논란이 없는 유일한 디지털 자산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둘째, 제도권 자금 유입이 자유로운 가상자산이 갖는 힘이 시장 예상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더리움도 비트코인처럼 미국에서 현물 ETF가 출시되는 등 제도권 자금 유입이 다른 알트코인에 비해서는 자유로운 편이지만, 앞서 거론된 규제 가능성 문제 등으로 제도권 자금 유입이 비트코인만큼 자유로운 편은 아닙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제도권 입장에서 자금을 투입할 때 다른 가상자산보다 리스크가 현격히 낮은 자산이기 때문에 자금 유입이 훨씬 자유롭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의 유입량이 이더리움 현물 ETF 유입량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9월 기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 ‘IBIT’ 비트코인 보유량은 36만 3626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IBIT는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중에서 가장 거래량이 크게 나오는 ETF입니다. IBIT의 이 보유량은 같은 기간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보유량 55만개를 바짝 추격한 것입니다.
이는 아직 역사가 1년도 안된 IBIT가 7년의 역사를 가진 바이낸스를 매우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제도권 자금 유입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시총이 코인베이스를 뛰어넘은 현상을 바라보면, 시장은 합리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 전체 가상자산에서 비트코인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는 ‘비트코인 도미넌스’ 지표가 60%를 넘어선 것을 고려하면,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강세는 자연스러운 시장 현상입니다. 최근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3분기 실적보고서를 공개하면서 향후 3년간 비트코인 매입을 위해 420억달러를 조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체감되는 현재 상황에서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약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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