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가 지지했던 솔라나 기반 밈코인 리브라(LIBRA)의 가격 폭락에서 시작된 '리브라 사태'로 가상자산 시장이 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리브라 사태란 지난 1월 15일(한국시간) 발행된 리브라가 하루 만에 약 95% 폭락한 뒤 솔라나 생태계 주요 관계자들이 이 코인 발행일자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사건을 뜻합니다.

이 사태는 밀레이 대통령의 트윗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는 리브라가 발행된 1월 15일에 리브라를 홍보하는 트윗을 X(옛 트위터)에 올렸다가 삭제했습니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커뮤니티에서는 리브라가 밀레이 대통령의 밈코인인줄 착각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마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발행한 밈코인 오피셜트럼프(TRUMP)처럼 리브라도 밀레이 대통령이 만든 밈코인인줄 안 것입니다.

그러나 이후 밀레이 대통령의 리브라 홍보 트윗 삭제 전후로 리브라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리브라의 투명성에 의혹을 제기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났습니다. 급기야 조나탄 발디비에조(Jonatan Baldiviezo) 아르헨티나 변호사 등 아르헨티나 로펌은 2월 17일 밀레이 대통령을 사기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이들은 밀레이 대통령이 가상자산을 홍보하면서 이용자들을 기망했다고 보고 그를 고발한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날 솔라나 기반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프로젝트 주피터에서 리브라 사태와 관련한 트윗을 게재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대됐습니다. 주피터는 이날 "우리 팀원 중 일부가 리브라의 출시일자를 미리 알고 있었다"고 X에 밝혔습니다. 또 "우리는 이 같은 사실을 리브라 출시 및 마케팅을 주도한 켈시어스벤처스로부터 직접 전해들었다"며 "밈코인 생태계에서 이는(신규 밈코인 출시일자를 미리 아는 것)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몇몇 팀원이 출시일자를 미리 안 것과는 별개로 내부자 거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습니다.

솔라나 생태계 주요 프로젝트가 특정 밈코인의 발행일자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이 트윗은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가상자산 커뮤니티는 주피터에 내부자 거래가 없었다는 말을 믿지 않았고 이후 다른 솔라나 기반 프로젝트들의 내부자 거래 의혹이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리브라 발행을 주도한 이들이 오피셜멜라니아밈(MELANIA) 등 다른 가상자산들을 만든 이력이 있는 팀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오피셜멜라니아밈은 트럼프 대통령의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발행한 이더리움 기반 밈코인입니다.

이로 인해 솔라나 생태계 주요 프로젝트들의 가상자산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사태로 솔라나 생태계 밈코인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전체 가상자산 밈코인 프로젝트들의 신뢰가 추락했다고 봤습니다. 이용자들은 이러한 행태가 솔라나 생태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사태로 인한 생태계 전반에 대한 고찰이 시장 성장의 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명 유튜브 채널 코인뷰로의 호스트 닉 퍼크린(Nic Puckrin)은 2월 19일 " LIBRA 가격 급락은 시장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리브라 사태의 책임은 규제 당국이 될 것이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도 규제 당국"이라며 "유명인사들이 주도하는 사기성 밈코인 급증은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같은 당국 규제 미흡으로 발생한 결과"라고 했습니다.

또 "가상자산 중에서도 특히 밈코인은 발행 방식이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생태계가 자체적으로 규제를 진행하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리브라 사태는 아르헨티나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미국이 법무부나 CFTC(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 등을 통해서 밈코인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또 "이러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2의 리브라 사태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이번 사태가 보여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생태계 교육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립자는 2월 21일 "리브라 사태는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줬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 사태는 생태계 육성 포기의 계기가 되어서는 안되며 구성원들에 대한 교육 확대 계기로 이어져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아르헨티나 구성원들을 보면, 뛰어난 개발자들이 많다"며 "이들은 이더리움 생태계의 핵심 소프트웨어 중 일부에 기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또 "아르헨티나는 가상자산 등 신기술을 이용해 번영하는 21세기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 사태가 터졌다고 해서 이들을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앞서 2022년 벌어졌던 테라 사태와 FTX 사태도 당시에는 가상자산 시장에 큰 악영향을 미쳤으나 결국 규제 확립 등으로 더 나은 시장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리브라 사태 역시 시장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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