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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시장이 지난 2018년 이후처럼 큰 상승 뒤에 곧바로 큰 하락이 나오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가상자산 겨울’은 지난 2018년 이후 하락장과는 다르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2018년 이후 하락장과 올해 하락장이 다른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거론되지만, 가장 주요한 근거로는 ‘기관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 의사 표명’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규제기관’의 ‘가상자산 규제 프로세스 구체화’는 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의 화두입니다.
규제기관의 가상자산 규제 프로세스 구체화는 지난 2018년에는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던 주제입니다. 당시에도 가상자산을 규제한다는 규제기관은 많았지만, 정확히 어떤 식으로 규제를 하겠다는 실질적인 내용은 부족했습니다. 이는 가상자산 시장 자체가 아직 정의되지 않은 부분들이 많아 법제화가 어려운 측면도 한 몫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가상자산 시장도 2018년에 비해서는 정의가 확립된 부분이 늘어났고, 지난해 상승장으로 가상자산의 덩치가 급격히 커지자 규제기관도 규제 프로세스 구체화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가상자산의 초국경성을 염두에 두고 각국 규제기관이 가상자산 규제와 관련해 국제 협력을 강조하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예컨대 130여개 국가의 금융 규제기관과 103개 유관기관을 회원으로 삼고 있는 IOSCO(국제증권감독기구)는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비롯해 가상자산 규제 전반을 논의하는 초국적인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고 지난 7월에 밝혔습니다. IOSCO 이사회에는 미국, 한국, 영국, 중국, 일본 등 세계 주요 33개국의 금융기관이 활동하고 있으며, 활동 금융기관에는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영국 금융감독청(FCA), 한국 금융감독원(FSS)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IOSCO는 이번 가상자산 태스크포스를 통해 전체 워킹그룹을 가상자산 시장 공정성 분야와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분야 2가지로 나누고 오는 2023년까지 초국적인 가상자산 규제 어젠다를 논의·연구할 예정입니다. IOSCO에 따르면, 연구 결과에 대한 공개 보고서는 2023년 4분기에 발간된다고 합니다.
또한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각국 개별 규제기관에서도 가상자산 규제 프로세스 확립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16일 디지털자산 규제 프레임워크를 발표했습니다. 백악관의 이번 규제 프레임워크 발표는 지난 3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가상자산 행정명령 서명에 대한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딸린 팩트시트를 보면, 정부의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규제 방향성은 미국의 이익 보호, 세계 금융안정 보호, 불법 이용 방지, 책임 있는 혁신 촉진, 금융포용, 미국의 리더십 등 6가지를 핵심 우선순위로 뒀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규제 프레임워크도 투자자와 기업 보호, 미국을 기반으로 한 CBDC(중앙은행디지털통화) 탐색, 가상자산과 관련한 불법 금융 퇴출, 글로벌 금융 경쟁력 강화, 책임 있는 혁신, 재무안정성 확보, 안전하고 저렴한 금융 서비스 이용 촉진을 화두로 내세웠습니다.
백악관은 이번 규제 프레임워크를 발표하면서 라이선스가 없는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 업체의 가상자산 송금 금지법 개정을 의회에 요청, 미국 재무부의 디파이에 대한 불법 금융 위험 평가(2023년 2월까지 완료 예정) 및 NFT(대체불가능토큰)에 대한 위험 평가(2023년 7월까지 완료 예정) 진행, 가상자산 불법 행위 해결, 신기술 혁신 장려를 위한 민간 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거시경제가 출렁일 때마다 주목을 받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부의장인 레이얼 브레이너드도 디지털자산 서비스는 연준이 아닌 민간에 맡기고 이들의 디지털자산 서비스 추진을 장려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지난 7일 은행정책연구소가 뉴욕에서 주최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연준보다는 민간은행이 디지털달러 기반의 서비스를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중앙은행은 디지털 결제나 다른 영역에서 민간 사업을 몰아내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드러냈습니다.
다만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미국달러 등에 1:1로 연동되는 형태로 가치를 고정적으로 유지하는 가상자산을 의미합니다. USDT(테더), USDC(USD 코인) 등이 가상자산 시장의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스테이블 코인은 적절하게 규제되지 않을 가능성이 가장 큰 영역”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규제기관에서도 가상자산 규제와 관련한 발걸음이 한 층 빨라지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센터 3층에서 열린 ‘증권형 토큰 발행 및 유통체계 정비 방향’ 세미나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증권성 판단을 위해 올해 연말까지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국내 가상자산 시장도 증권형 토큰을 키워드로 보다 체계가 잡힌 규제 프로세스를 마련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은 가상자산 시장이 성장기인 만큼, 산업 혁신 촉진과 투자자 보호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가상자산 규제가 근시일 내에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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