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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이지코노미] 확산되는 FTX 사태, 어디까지 번질까 (1)
작성일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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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숨가쁜 한 주였습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굴지의 가상자산 거래소였던 FTX의 허무한 몰락에 가상자산시장은 대책 없이 하락하고 말았고, 투자자들은 넋 놓고 이 상황을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숨가쁜 한 주였습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굴지의 가상자산 거래소였던 FTX의 허무한 몰락에 가상자산시장은 대책 없이 하락하고 말았고, 투자자들은 넋 놓고 이 상황을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시경제 상황이 어려워져서, 아니면 비트코인 가격이 너무나도 빠르게 추락해 채산성이 나빠져서, 거래하던 다른 업체가 부실해진 탓에 무너져 간 가상자산업체들이야 안타까움의 대상이었지만, 내부적으로 불법적인 거래 관행과 불투명한 고객 자산 관리 탓에 스스로 무너진 FTX는 손가락질의 대상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혹자는 FTX의 몰락을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도 않고 위험한 투자를 감행하던 자멸한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리먼 브러더스에 비유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부실한 재정여건과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계획한 회계 부정을 통해 이를 은폐하다 무너진 엔론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사실 FTX는 이들 둘의 문제점을 동시에 안고 있었고, 그 결과는 가상자산업계에 대한 규제 강화가 될 것입니다.
벌써부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연방상품거래위원회(CFTC)는 FTX와 그 미국 법인인 FTX US, 자매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소유 지배구조 관계부터 불법적인 내부거래 내역, 고객 자산 관리 및 그 자금의 행방을 쫓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에서 가상자산업계에 늘 목소리를 높였던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 등도 "가상자산업계에 대해 규제 수위를 한껏 높여야 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이는 가상자산업계와 시장에 악재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사실 지난주 중간선거 이전부터 가상자산을 증권(Securities)과 상품(Commodity)으로 나누고 그 감독 권한을 SEC와 CFTC로 나누도록 하는 법안이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감독을 강화하는 법안 등이 미 의회에 발의됐었고, 이제 선거 이후 법안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번 FTX 사태는 이 과정에서 크립토산업 활성화에 방점을 찍었던 의원들의 목소리가 사그러들고, 대신 투자자 보호를 외치는 의원들의 요구가 더 부각되도록 할 것입니다.
다만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FTX 사태는 가상자산 거래소나 가상자산업계가 선제적으로 투명해지고 진정성있게 나아갈 수 있는 촉매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FTX 사태는 `입에는 쓰지만, 몸에는 좋은 보약`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실제로도 이번 FTX 부실을 일찌감치 간파한 뒤 FTT 21억달러 어치를 매도한다고 선언하며 FTX 몰락에 일조했던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가상자산 생태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며 바이낸스의 핫 월렛과 콜드 월렛 주소, 보유 가상자산 내역 등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머클트리(Merkle-tree) 준비금 증명(Proof-of-reserves)을 수주일 내에 도입하겠다고도 했습니다.
머클트리란 블록체인에서 블록 하나에 포함된 모든 거래 정보를 요약해 트리 형태로 표현한 데이터 구조를 뜻하는데요. 머클트리의 리프 노드에 거래소 사용자들의 보유자산 해시값을 저장해 제3자들까지도 모든 사용자들의 보유자산 내역을 확인하고 감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로 머틀트리 준비금 증명입니다. 많은 거래소들이 고객 자산에 손대지 않지만, 이를 아예 시스템적으로 차단하자는 것이죠.
자오 CEO의 이 같은 선언 이후에 여러 거래소들이 참여하기로 했고, 일부는 준비금 증명 이후 인증서를 게시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저스틴 선 트론 창업주와 크립토닷컴, 비트멕스 등 가상자산업계의 큰손 업체들도 동참을 선언하며 널리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이 같은 자발적인 변화가 FTX 사태 이후 오히려 가상자산 거래소와 코인 프로젝트업체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울러 궁극적으로는 정부 규제에 맞춰 가상자산업계 전반에서의 탈중앙화 시스템으로의 전환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실제 실리콘밸리의 유력 벤처캐피탈인 앤드리센 호로위츠의 마일스 제닝스 법률자문은 "사실 스테이블코인 테라부터 3AC, 셀시우스, FTX 등 올 들어 실패를 맛 본 모든 크립토업체들은 분산화되지 않은 기업들이었다"며 탈중앙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모든 프로젝트들이 탈중앙화로 갈 순 없겠지만, 일정 기간 금융당국의 규제가 자리 잡으면서 중앙화한 형태의 프로젝트들도 투명성을 높이고 난 뒤 서서히 탈중앙화로의 전환을 모색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FTX의 파산보호 신청 직후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는 “장기적으로 현재의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분산형 시스템으로 전환함으로써, 투자자들이 제3자를 무작정 신뢰해야 하는 위험을 없애야 한다"면서도 “적어도 그 때까지 규제당국은 가상자산시장에 대해 제대로 규제하고 혁신을 장려하며 소비자를 보호할 명확한 규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아직 스무살 청년도 되지 않은 가상자산시장은 이렇게 서서히 성숙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FTX의 몰락은 규제를 잘 준수하는 기업, 또한 그 이전에 스스로 투명성을 높이고 사업에 진정성을 가진 기업이 살아 남아 반사이익을 누리는 그런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줄어든 경쟁 하에서 수혜를 누릴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하는 투자자들의 눈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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