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가상자산 시장을 떠올리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네트워크로 대표되는 웹3 생태계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주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스테이블코인, 레이어1의 트랜잭션 속도 개선 등을 돕는 보조 블록체인 레이어2 네트워크 등이 가상자산 이용자들에게 더 친숙할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통 금융기관들도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RWA(실물자산) 토큰화, CBDC(중앙은행디지털화폐)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CBDC는 각국 주요 중앙은행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 및 개발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CBDC가 보편화되면 국민 및 기업이 지금보다 더 편하게 법정화폐 거래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지난 10월 12일(한국시간) 중국인민은행(PBOC)는 보고서에서 “7월 31일 기준 우리 블록체인 기반 CBDC 지갑이 1억8,000만개 생성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CBDC 디지털 위안화의 채택이 크게 증가했다는 의미”라고 전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범 지역 내 CBDC 거래 규모는 7조3,000억위안(약 1,395조원) 이상입니다. 무창춘 PBOC 디지털통화연구소 소장은 이에 대해 “중국이 금융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향상시키는데 디지털 위안화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홍콩 역시 CBDC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홍콩금융관리국은 지난 9월 공식 웹사이트에서 “디지털 홍콩달러(CBDC) 파일럿 두 번째 단계를 시작한다”며 “개인, 기업 대상 디지털 홍콩달러, 토큰화 예금을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11곳 선정 기관에서 토큰화 자산 결제, 프로그래머블, 오프라인 결제 3가지 분야 혁신 사용 사례를 연구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소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스탠다드차타드 홍콩, 블랙록, 마스터카드가 CBDC 파일럿 두 번째 단계에 참여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오세아니아에서는 호주가 CBDC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호주는 개인 간 CBDC보다는 기관 간 CBDC 개발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호주 중앙은행은 지난 9월 이에 대해 “도매용(기관 간) CBDC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며 “소매용(개인 간) CBDC는 호주에서 국민들이 사용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도매용 CBDC는 상업은행과 중앙은행에 다양한 이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유럽에서는 영국이 CBDC 실험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영국무역협회 UK파이낸스는 지난 9월 “CBDC 플랫폼의 실험 단계가 마무리됐다"며 “이 실험에는 바클레이즈, 씨티UK, HSBC, 내셔널웨스트민스터은행 등 11개 회원 은행이 함께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플랫폼이 경제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으며 프로그래밍 기능을 포함한 지불 및 결제 수단이 새로운 금융 시장 인프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인도에서는 CBDC 파일럿 이용자가 5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샤크티칸타 다스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8월 “CBDC 파일럿 프로그램 이용자가 5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인도에서 CBDC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인도 중앙은행은 CBDC 정식 출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다스 총재는 “CBDC 파일럿 이용자들이 많기는 하지만 CBDC 출시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며 "현재 16개 은행이 소매용 CBDC 파일럿에 참여하고 있으며 실제 도입은 단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CBDC가 개인, 통화정책, 금융시스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전에 서둘러 출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향후 CBDC는 익명성, 오프라인 가용성 등을 테스트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미국은 CBDC 개발에 대해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축통화가 달러라서 섣불리 CBDC를 도입했다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 역시 CBDC 연구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를 중심으로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서도 CBDC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6개 시중 및 인터넷은행과 한국은행은 오는 12월을 목표로 CBDC 활용성 테스트 계획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 계획의 골자는 한국은행이 기관용 디지털 통화를 발행하면, 테스트 참여 금융기관은 이와 연계된 지급결제 수단으로 예금 토큰을 발행하고 금융소비자가 이를 결제 등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2024년 말 약 10만명이 자신의 은행 예금을 토큰 형태의 디지털화폐로 변환해 하나로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거래하는 대규모 실험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웹3 생태계와는 조금 다르게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앞으로 CBDC를 대중 앞에 어떤 모습으로 공개할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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