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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이지코노미] 공룡 비트코인 펀드의 역습, 현실화할까
작성일
2022-12-08
가상자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펀드인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GBTC)`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가상자산 간접투자상품입니다. 작년 한 때 400억달러가 넘었던 펀드의 총운용자산(AUM)이 지금은 4분의 1토막 수준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110억달러(원화 약 14조3220억원)에 이르는 AUM은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 상품입니다.
FTX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가상자산이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때 가상자산 상승랠리를 주도했던 이 GBTC가 가상자산시장에서 잠재적인 악재 또는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패시브(Passive) 펀드인 GBTC는 현재 총 63만3,000BTC에 이르는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채굴된 비트코인 총량의 3.3%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인데요.
최근 유럽계 투자은행인 UBS가 "GBTC라는 펀드 하나에 엄청난 비트코인이 집중돼 있는 만큼, 향후 GBTC가 비트코인을 시장에 내다 팔게 될 경우 시장에 엄청나게 큰 충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들어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를 소유하고 있는 모기업인 디지털커런시그룹(DCG)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바로 DCG의 자회사로 가상자산 업계 대형 대출 및 투자회사인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이 최근 파산보호를 신청한 FTX에 1억7,500만달러 규모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가 있다는 이유로 경영 상 어려움에 처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제네시스는 모기업인 DCG와 함께 이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10억달러 규모의 긴급 구제금융 조달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만약 자금 조달이 이뤄지지 않을 땐 최악의 경우 파산보호 신청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고객들에 대한 자금 입출금도 중단된 상태입니다. 최근엔 DCG가 회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는데, DCG가 기업 구조조정 전문 컨설팅사인 모엘리스앤컴퍼니를 고용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 같은 추측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UBS는 DCG가 회사를 매각하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는 대신, 자신들이 자회사인 GBTC에 투자하고 있는 자금을 인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현재 DCG는 GBTC의 주식 10%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1대 주주인데, 이를 매각한다면 최소 6억달러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문제는 이 정도 지분 매각은 GBTC의 최근 3개월 간 평균 하루 거래대금의 12배나 되는 엄청난 규모라는 점인데, 이 정도의 매도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경우 비트코인 가격은 한바탕 급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GBTC는 최근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의 총 가치인 순자산가치(NAV)에 비해 펀드 주가가 42.5%나 저평가돼 있는 상태입니다. 이는 펀드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진 탓인데, DCG가 GBTC 지분을 처분한다는 우려가 커질수록 이 펀드 주가의 할인율(디스카운트)은 더 커질 수 있어 DCG로서는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GBTC 주식 매각 결정을 서두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UBS는 "지금 비트코인은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 중에서 4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GBTC가 DCG 지분 매각으로 한꺼번에 6만BTC 이상의 비트코인을 시장에서 매도할 경우 시장 충격이 커질 수 있다"고 점쳤습니다.
이런 징후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리서치기관인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FTX 사태가 터진 지난 11월 한 달 동안에만 글로벌 20대 가상자산 전문 펀드에서만 196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는데, 이 중 대부분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제네시스가 GBTC 지분을 처분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제네시스의 일부 물량만 시장에 나온 상황에 비트코인 가격이 충격을 받았으니, DCG 물량이 다 풀린다면 그 충격은 가늠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다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UBS가 이로 인해 그레이스케일이 GBTC를 아예 청산한 뒤 펀드가 가진 모든 비트코인을 다 팔아 치울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DCG는 GBTC의 운용 수수료를 통해 한 해에만 2억1000만달러를 벌어 들이고 있고, 두 번째로 큰 규모의 펀드인 `그레이스케일 이더리움 트러스트`(ETHE) 운용 수수료인 1억달러까지 합치면 총 3억달러 이상을 벌어 들이고 있기 때문에 펀드 자체를 청산하진 않을 것으로 본 겁니다.
글로벌 3대 가상자산 거래소였던 FTX의 몰락 사태가 쉽사리 진정될 리는 없을 겁니다. 증시 격언에 `소나기는 피해야 한다`고 한 것처럼, 투자자로선 지금의 `부실 도미노` 상황에서 막연한 낙관론을 가져선 안될 겁니다. 제네시스 상황이 어떻게 해결될지를 유심히 살펴 보면서 보수적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겁니다. `공룡 펀드` GBTC의 역습은 충분히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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