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 믿어도 되는 건가요?]
지난 5월 테라의 알고리듬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USTC(테라클래식 USD)의 1달러 가치가 무너지면서 각국 규제 당국은 물론 일반 가상자산 투자자들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법정화폐 등에 가치를 고정해 가격 변동성을 낮춘 가상자산을 뜻합니다. 가상자산은 제도권 주식 시장을 비롯한 다른 위험자산과 견주어도 매우 높은 변동성을 가지고 있는 자산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온체인(On-Chain) 공간에서도 법정화폐처럼 가치가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는 가상자산에 대한 수요가 생겨났고, 그 결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형성된 것입니다.
물론 스테이블코인을 번거롭게 민간에서 따로 발행할 필요 없이 정부에서 법정화폐를 온체인에 바로 공급하면 안되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합니다. 법정화폐를 온체인에 공급하려면 일종의 토큰화(Tokenization)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작업을 연구하는 차원에서 각국 기관이 언급하고 있는 것이 바로 CBDC(중앙은행디지털화폐)입니다. CBDC 역시 넓은 범위에서 봤을 때 스테이블코인의 사전적 정의에 포함됩니다.
최근 테라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 업계 외부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크게 주목 하고 있지만, 사실 그 이전부터 스테이블코인은 시장 수요 측면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수요가 높은 스테이블코인을 투자자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하는 게 좋을까요. 가상자산 시장을 경험한지 얼마 안된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장에 나와있는 다양한 스테이블코인의 이름을 파악하는 것만 해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이번 스테이블코인 바로보기 오피니언 칼럼 시리즈에서는 이러한 투자자들의 불필요한 시간 소모를 줄이고 스테이블코인의 핵심을 짚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오늘 소개할 스테이블코인은 제도권 금융자산을 담보로 삼는 ‘제도권 금융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제도권 금융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테더(USDT), USD코인(USDC) 등이 제도권 금융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에 속합니다. 테더와 USD코인은 7월 기준으로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시가총액 1, 2위를 달리고 있는 가상자산입니다.
원래 제도권 금융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그동안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스테이블코인 가운데 원조격으로 일컬어지는 테더가 2018년까지만 하더라도 약관에 “모든 테더 토큰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달러에 1:1로 가치가 연동돼 있으므로 테더 토큰 1개는 항상 1달러의 가치를 지닌다”고 명시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19년 들어 테더가 “모든 테더 토큰은 100% 자사의 예치금으로 지원되며, 토큰을 언제든 교환해줄 수 있는 예치금은 현금 및 이와 동등한 가치를 지닌 현금등가물, 그리고 경우에 따라 기타 자산이나 테터가 계열사 등 제삼자에게 발행한 대출 채권을 포함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등 약관을 개정하면서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용어에 사실상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기업어음(CP)이나 국채 등도 테더의 담보로 설정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USD코인의 발행사인 서클도 USD코인의 담보물로 미국 국채를 활용합니다.
그러면 테더를 비롯한 제도권 금융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투자자들이 믿고 활용해도 괜찮은 걸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스테이블코인을 대표하는 제도권 금융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도 맹목적으로 믿고 활용하기엔 불안정한 요소가 많습니다. 해킹, 규제 문제와 같은 전체 가상자산 시장의 공통적인 문제를 제외한 요소만 봐도 그렇습니다.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테더를 보면 2021년 회계법인 무어 케이맨으로부터 확인 받은 준비자산 증명서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회계감사 거부 문제로 논란이 많았고, 현재도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준비자산의 구성이나 규모도 법정화폐에 비하면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7월 기준으로 테더 홈페이지에 공개된 준비자산 구성을 보면 전체 준비자산 가운데 85.64%가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이지만, 현금은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군의 전체 비율에서 5.81%에 지나지 않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미국 국채 비율이 55.53%로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테더 준비자산의 대부분이 기업어음이라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현재 테더가 공개한 준비자산에 따르면, 전체 준비자산 가운데 기업어음이 28.47%인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지난해 기업어음이 약 49%를 차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USD코인은 발행사인 서클이 지난 5월 준비자산의 22.9%를 현금으로, 77.1%를 미국 국채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테더보다 USD코인의 준비자산 구조가 안전하다는 이유로 가지고 있는 가상자산을 USD코인으로 바꾸는 움직임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USD코인 역시 실제 법정화폐와 비교하면 준비자산의 구성이나 규모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제도권 금융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이 가장 널리 쓰이는 이유는 대체로 이들 스테이블코인의 역사가 가장 깊고 시장에서 최소한의 안정성을 검증 받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도권 금융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 역시 앞서 말했듯 불완전한 요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다른 스테이블코인들이 제도권 금융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의 틈새를 공략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시도를 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가운데 잘 알려져 있는 초과 담보 기반 가상자산 스테이블코인과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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